새로운 산책코스를 만들었다.
집에서 차로 10분도 안걸리는 곳에 정말 근사한 숲이 있다.
더구나 그 숲은 산책 전용으로, 짧게는 1.5킬로, 2.5, 5, 10 킬로까지 선택해서 걸을수 있다.
피터랑 한번 가 보고 나선 이곳을 집중적으로 산책을 한 것이 벌써 2주 넘었다.
거의 같은 시간대에 가다 보니 이젠 제법 낮익은 사람도 있는데,
걸을수록 신비롭고, 아름답고, 숲의 기운을 받는 느낌이다.
여러 코스중 두개의 코스 표시가 보인다...노랑을 따라 가면 5킬로, 녹색은 10킬로를 걸을 수 있다.
처음부터 계속 이런 길로 연결.
산책길이 잘 만들어진데다, 코스별로 색깔로 나무에 안내 표시가 되어 있다.
우리는 아직 숲의 지리를 익히고 5킬로 정도의 노란 코스를 따라 걷는다.
말이 5킬로이지 실제로 걷고 오면 6.5 킬로 정도...기분좋은 노곤함으로 오전을 지나게 된다.
숲의 나무는 거의 15미터 이상은 되게 키가 크다.
그리고 나무 아래엔 다른 잡목이 없고, 모두 베리나무와 이끼, 작은 소나무와 전나무 정도...그러니 시간마다
신비로운 모습으로 쳐다보고 걷다 보면 다리 아픈것도 잊는다.
9월말부터 11월초 까지 병원 다니고, 검사하고, 재검 결과를 기다리면서 힘들던 마음이
이 숲에서 치유된 느낌이다.
다행히 결과가 좋고 모두 괜찮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동안 게으르게 살았던 내 생활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세상에 내가 매일 산책을 5킬로 넘게 하게 될줄이야!
그러다가 어느 노인으로 부터 ...주로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노인들이다...숲의 반대편 산책 길에서
비버를 봤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잖아도 그곳을 지날때, 피터가 비버가 사는것 같다고 이야기 했는데, 내가 무슨 이 추운 나라에
비버가 살겠냐고 무시 했었는데......비버가 진짜 살고 있었다.
다음에 지날땐 유심히 관찰하니 비버가 해 놓은 짓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걸 나는 사람들이 도끼질을 했다 하고, 피터는 비버라 하고...비버라 갉아 놓은것이 일정하다나?!
결국 답은 비버.
비버가 나무들을 잘라서 여기저기 흩어놨다.
나무 껍질을 예쁘게 벗겨서 물에 가져다 놓기도 하고, 연못의 한 끝의 물길을 막아서 물이 길 위로 흐른다.
세상에 굵기가 아름드리인 나무도 연필심 처럼 갉아 놓았다.
나는 사람들이 나무를 베려고 그랬다 생각했는데, 피터 말대로 비버의 짓 이었다.
볼때마다 신기해서 산책길 딱 중간 지점인 그곳에서 잠시 쉬면서 또 새로운 나무를 어디 갉아 놓았나 구경한다.
이 비버....우리동네에서 보호하는 중이란다, 비버를 잡아서 이주 시키기 전 까지.
숲길이 정해져 있는데도, 샛길이 많다.
사람을 많이 마주치지도 않는데 샛길을 왜 이리 만들었는지,
어느날 샛길로 가자는 피터 따라 들어 갔다가 길이 사라졌다 싶을 때, 길 표시가 나무 기둥에 있었다.
나무에 크려진 노란띠만 따라가면 다시 산책길이 나온다.
숲에서 길을 잃을까 겁 먹었는데, 그럴 염려는 없겠다.
너무 오랜만에 컴에서 블로그를 열었다.
요즘 산책하고 나면 오전이 가고, 다녀 와서 살림 좀 하고 나면 저녁이 된다.
아직도 여러 이유로 블로그 하는것에 집중을 못한다.
친구님들 소식은 늘 찾아서 보지만, 좋아요만 누르고 나오지 댓글은 못 달았다.
이해 해 주시길 바라면서......
어느덧 겨울 이라고 지난 주말 보니, 시내 쿤스트레 고덴 스케이트장을 열었고,
광장 너머로 왕궁이 바라 보이는 정원에 겨울 장미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올 가을은 참 유난히 아름답고, 이 겨울도 어디를 보아도 아름답다.
모든 사람들도, 사물도, 자연도 예사로 보이지 않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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